펑크냈던 여름 합작의 완성본. 사냥개와 암여우가 보낸 소소한 여름 이야기. * 회색도시2 '정은창' 드림* 개인 해석 주의, 오리주 주의 “은창 씨, 저 더워요…….”“나도 마찬가지거든. 나더러 어쩌라고.”“혹시 시원한 거 없을까요?”“글쎄, 그런 게 있었던가? 그렇게 더우면 좀 떨어지시지?”“그러긴 싫으니까 그렇죠.”“그럼 처음부터 말을 말던가…….” 몇 번째인가 모를 똑같은 담화의 되풀이. 소파에 앉은 채 늘어진 정은창과, 그런 그의 무릎을 베고 누운 강설아. 마침 한여름의 살인적인 더위에 사이좋게 녹는 중에 흘러가는 소소한 비일상이었다.‘손님’이자 ‘거래처’의 입장으로 방문한 만큼 시원한 에어컨이 기다리고 있을 접대실에 있어도 될 것을 만취한 상태로 떡이 되어 실려오거나 마땅히 할 일이 없는 간부들..
드림 전력 Dolce에 제출한 글. * 개인 해석 주의, 오리주(아바타) 주의, 레어 스포일러 주의 거칠고 서툰 필체가 한차례 아로새겨졌던 종이가 벌써 몇 번째인가 가차 없이 구겨져 아무렇게나 버려지던 참이었다. 하루 정도 주어진 간만의 휴식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느냐는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자유다. 제아무리 수십 명에 달하는 헤럴드들을 통솔하며 인도하는 지시자의 신분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일일이 제지하거나 감독할 권리까지는 없었다.음…, 따위의 얼빠지는 소리를 내며 오로지 시선으로만 종이 뭉치를 쫓아가던 로셀레가 이윽고 고개를 든 건 리즈가 펜을 내려놓았을 때였다. 적막 속에서 크게 울린 그 소리는 기다림의 시간이 끝났음을 친절하게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하던 거, 다 끝났어?”“그래. 이제 안..
드림 전력 수호천사에 제출한 글. * 주제 : 사랑을 찾아서* 언라이트 '리즈 라파르쥬' 드림* 개인 해석 주의, 오리주(아바타) 주의 아가씨, 꼭 지금 가야겠어요? 언제나와 같은 톤의, 하지만 조금은 상냥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작은 어콜라이트의 말을 흘려들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벌써부터 먼 옛날의 일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분명 지나왔던 길마다 조우했던 괴물들은 그리 약하다고 할 수는 없을 존재들이었다. 그간 지시자 본인과 전사들에게 축적된 피로가 없어진 건 아니지만, 마지막 관문을 눈앞에 둔 지금 굳이 망설일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시자. 다음은?”“응, 알고 있어. 이쪽.”“서둘러서 끝내자고.”“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제드의 망토와 크레니히의 소맷자락을 각각 두 번씩..
드림 전력 Dolce에 제출한 글. * 개인 해석 주의, 오리주에 가까운 지시자 주의 하늘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저택 밖에서 서성거리던 로셀레의 벚꽃 원피스 옷자락에 정확히 스며들어 얼룩을 만들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상황을 처음 겪는 것은 아니었다. 이데리하를 데리고 탐색에 나섰을 때 이런 기상변화를 일시적으로 일으키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고, 그 비에 맞으면 좋지 않다며 탐색에 동행했던 미리안과 디노 그리고 이데리하 본인조차 뒤로 물러서라고 진언했던 기억 역시 아직도 선명했다.계속 쏟아지는 수분을 곧이곧대로 머금기만 하던 원피스와 목도리는 이미 흠뻑 젖어서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호기심만이 강하게 남은 이 상황에서, 이제 와서 계속 비를 맞는 걸 주저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굳이 호기심이 아..
* 주제 : 두 사람의 밤* 언라이트 '리즈 라파르쥬' 드림* 개인 해석 주의, 날조 주의, 오리주에 가까운 지시자 주의 성유계는 모든 것이 애매모호한 세계다. 그것은 발을 딛는 지역마다 환경이 다른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의 흐름과 죽음의 개념에 이르기까지 예외없이 흐리게 만들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낮이냐 밤이냐 일일이 따지는 것에는 하등 의미가 없건만, 하늘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나른한 기색의 지시자는 밤으로 정의하고 일시적인 휴식을 요구했더랬다. 이 얼마나 제멋대로인 소녀인지.장작들이 한꺼번에 타들어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앞으로 더 나아가지 않는 한 마물이 먼저 나타날 리는 없으니 나쁜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으리라. 로셀레는 그런 안정된 정적과 미약한 온기 속에서 붉은 액체가 작게 ..
* 주제 : 첫눈* Fate 시리즈 '에미야 키리츠구' 드림* 개인 해석 주의, 날조 주의, 오리주 주의, BL 드림 주의 첫눈은 연인과 맞는 것이며 또한 로맨틱한 상황이라고들 말하지만 그것도 연인 나름이다. 시즈의 연인(정확히는 타칭 연인에 가깝지만)에게 있어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는 곧 심신양면으로 위태로워질 시기이기도 했다.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키리츠구의 육체는, 아직도 답파하지 못한 아인츠베른의 결계를 쉽게 연상시키는 거센 눈바람 하나에 금방이라도 그 자리에서 얼어버릴 듯했다. 저택 안에서 줄곧 입고 다니던 유카타 대신 오랜만에 입어본 낯익은 옛 정장조차도 이젠 헐거워 볼품없게 휘날리는 모습도 저주로 인한 병세로 야위었던 탓이다. 키리츠구의 입술 틈에서 나오는 입김이 유독 희미했다. “아아..
* 주제 : 마음의 문* Fate 시리즈 '코토미네 키레이' 드림* 개인 해석 주의, 날조 주의, 오리주 (이름 언급 있음) 주의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아. 그거! 너희는 마치 그 주인이 혼인 집에서 돌아와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과 같이 되라! 맞지?”“호오. 그리고 또 다른 병행 성구는?”“또? 으음…. 뭐였더라….”“……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실 것이요 우리가 저에게 와서 거처를 저와 함께 하리라. ──였다, 루리.” 성서의 종이는 제법 얇아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기분 좋은 소리..
* 주제 : 연탄곡* Fate 시리즈 '코토미네 키레이' 드림* 개인 해석 주의, 날조 주의, 오리주 주의 긴 손가락이 깃털처럼 가벼운 손짓으로 하얀 건반을 누른다. 검은 건반까지 하나하나 천천히 눌러보다가도 겁먹은 고양이마냥 손을 뒤로 물리기를 반복했다. 교회에서 종종 다루던 오르간과는 다르게 맑은 피아노의 음색이 아직 어색했다. 익숙해질 때까지 몇번이고 신경질적으로 누르기를 수 분. 결국에는 제대로 연주하기위해 딱딱한 의자에 앉아 제 자세를 잡았다. “역시 느낌이 좀 다른걸.” 손끝에 와닿는 감촉이 다르다. 오르간과 피아노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나, 몇 십년의 세월간 직접 만져본 물건이 한정되어있던 루리에게 있어서는 신세계를 체험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분명 주변이 어두움에도 붉은 빛..
드림 전력 연성 60분에 제출할 글! * 주제 : 본능* Fate 시리즈 '코토미네 키레이' 드림* 개인 해석 주의, 날조 주의, 오리주 (이름 언급 있음) 주의 본능本能. 명사1 . 어떤 생물 조직체가 선천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동작이나 운동. 아기가 젖을빤다든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행동 따위이다.2 . 어떤 생물체가 태어난 후에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가지고있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루리는 이런 상황에서조차 침착하게 사고회로를 굴리고 있었다. 목에 닿는 손길이 아플 정도로 열을 발하고 있었다. 예리한 흑건은 이미 사지를 넘어 매트리스까지 꿰뚫었고, 제 위에 올라탄 사내는 비킬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그가 순순히 비킬 리도 없었지만 그녀가 이 상황에서 탈..
* 주제 : 변하지 않는 것* Fate 시리즈 '코토미네 키레이' 드림* 개인 해석 주의, 날조 주의, 오리주 (이름 언급 있음) 주의 “저기, 루리. 저 줄곧 궁금했던 게 있는데요.”“으응~? 뭐가 그리 궁금한데?”“왜 루리는 마스터를 아가라고 부르나요?” 여태껏 잘만 움직이던 루리와 키레이의 발이 처음으로 멈췄다. 서로를 쳐다보는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인지 우스움인지 모를 애매한 표정이 번져있었다.이런 질문을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할 줄은 몰랐는데.꼬마의 모습인 길가메쉬와 손을 잡고 있던 루리의 손이 계속 작은 길가메쉬의 손등을 두드리는 걸로 보아선 아무래도 루리가 대답을 망설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길가메쉬…가 아니라, 길 군. 그게 그렇게나 신경 쓰였어?”“네. 보통은 저렇게나 큰 사람을 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