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TS 합작 http://yeoun119.wixsite.com/dreamtscollabo 에 제출했던 히라쿄우TS (히라하라×쿄우코우 TS)
* 개인 해석 주의, 드림주 주의
* TS 요소 주의
“쿄우코우! 아직도 자? 놀자-! 많이 자면 타가미처럼 된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유난히 요란하게 울렸다. 분명 이렇게나 큰 소리를 쿄우코우의 별실 앞에서 내도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옥졸 자체도 한정되어 있지만, 물리적으로 (그것도 평범한 발차기였다!) 고작 노크 몇 번만에 거의 박살내기 직전의 난폭한 소리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까지 감안하자면 히라하라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이쯤에서 절반만 열리는 문틈 사이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던 건 쿄우코우가 잠결에 꺼내곤 하는 여우 꼬리였다. 새하얀 가운데에도 끝부분만은 쿄우코우의 눈동자보다 옅기는 해도 제법 빼닮은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어 마치 축제의 점포에서 파는 솜사탕을 연상시키는, 그런 신기하기 짝이 없는 꼬리가 지금 이 순간에 보여야만 했다. 하지만 히라하라의 금빛 눈동자가 포착한 건 폭신해 보이는 짐승의 육신도 아니었으며 하물며 잠에서 덜 깬 ‘익숙한’ 쿄우코우의 모습도 아니었다.
“……헤에-?”
“히라하라, 좋은 아침. 어? 그건 저번에 보다가 말았던 거잖아. 일단 들어와.”
잠결에 아직 감추지 못하고 삐져나온, 어쩌면 두 사람만의 약속된 시간이기에 일부러 편하게 내놓은 걸지도 모르는, 보드라워 보이는 꼬리들을 빠르게 흔들면서 졸음이 무겁게 깔린 눈을 비비고 있는 모습만 보면 히라하라 앞의 옥졸이 쿄우코우라는 증거로써는 충분했다. 아마도. 다른 점이 있다면 못 본 사이에 안 그래도 여성 기준으로 큰 축에 속했던 키가 더욱 커져 있다는 것과 조금은 볼록하게 존재감을 자랑하던 가슴께가 지금은 누가 봐도 평평해져 있다는 것일까. 히라하라의 눈에는 낯익은 꼬리보다도 차이점들부터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에 붙들고 있던 그 게임은 어쩌고 이걸 다시 들고 왔냐?”
“타가미랑 키리시마가 도와줬거든! 끝까지 다 깨서 두고 왔지!”
“키리시마군은 그렇다 쳐도 타가미군까지? 그거 의외인데.”
“아-! 쿄우코우도 그렇게 생각해?! 역시 그렇지!!”
“어어. 그 녀석 성격상 귀찮아할 것 같잖아. 내일 롯카쿠씨가 담뱃대를 안 물게 되기라도 하려나?”
쿄우코우의 체중과 함께 히라하라와 만화책들의 몫까지 버티게 된 침대가 약하게 출렁거리며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얼레, 뭔가 조금 이상한데? 기분 탓인가-?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는 동안에도 쿄우코우의 손은 만화책을 들고 한 장씩 차분하게 넘기고 있었고 꼬리 또한 단 둘만의 시간마다 항상 그러했듯 일정한 리듬과 세기로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흔들. 팔락팔락. 그나마의 익숙한 소리와 풍경은 히라하라가 품던 위화감을 모서리에서부터 조금씩 녹여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어느 틈엔가 다음 권을 찾아 더듬는 쿄우코우의 손을 뒤따라 히라하라의 손도 새 만화책을 집어 들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직 빳빳한 새 종이 특유의 냄새나 오래된 종잇장의 케케묵은 냄새가 무작위로 두 옥졸의 코끝을 찌르더라도 두 옥졸 중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쯧. 빈둥거리려니 몸이 근질거리네.”
“그럼 나가서 대련이라도 할까?”
“괜찮은 제안이지만 지금은 이러고 있는 게 더 좋아. 그것보다도, 히라하라. 손 좀.”
“응-? 그래! 여기!”
이럴 땐 대형견을 기르는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생물로 따지자면 여우인 자신이 해봐야 다른 옥졸들에게라면 웃길 뿐일 생각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기운차게 내밀어지는 손을 볼 때나 이따금 등 뒤에서 와락 안겨질 때마다 이런 반응을 반복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기, 저기, 쿄우코우!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말야-.”
“뭔데? 말해 봐.”
“쿄우코우는 손잡는 게 그렇게 좋아? 항상 손 달라고 하잖아.”
“음…. 아니, 별로.”
“엑!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건 명백한 오해야. 손잡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네 손으로만 이러는 걸 좋아하는 거란 말이지.”
“그런 거였어? 그럼 진작 말하지!”
“너는 아무리 말해줘도 관심이 없으면 금방 까먹잖냐.”
노란색과 벚꽃색이 서로 마주한 순간 먼저 회피한 건 다름 아닌 쿄우코우 쪽이었다. 히라하라에게는 묘한 마력이 있어서 오래 볼 수가 없다. 그녀는, 지금의 그는, 그렇다고 간절히 믿고 싶었다. 새로운 손님이 별실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아니었더라면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할 방도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을 게 뻔했다.
“야아, 쿄우코우. 오늘도 멋진 꼬리네.”
“…여어, 키노시타군. 무슨 일로? 지금은 데이트 중이니까 술이라면 나중에…….”
“그게 아니라, 롯카쿠씨의 호출. 그래서 알려주러 왔어.”
“뭐?! 롯카쿠씨가 나를?!”
순간 히라하라와 키노시타의 눈에는 쿄우코우가 꼬리에 불붙은 개……아니, 꼬리에 불붙은 여우처럼 펄쩍 뛰어오르는 것같이 보였다. 두 옥졸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원리였지만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꼬리를 숨기는 건 눈 한번 깜빡이는 사이에도 충분했던 모양이다.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있던 케이프를 두르고 모자를 눌러쓴 쿄우코우의 눈가에는 웃음기가 거품처럼 사라지고 진지함이 묵직하게 남아있었다. 제아무리 연인이 생기고 언제까지나 곁에서 놀고 싶더라도 절대복종의 맹세를 무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맹세의 제거 가능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쿄우코우 스스로 롯카쿠의 말에 따르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탓도 있지만.
“히라하라.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오! 같이 따라오라는 거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하려고 했거든?”
“엑! 쿄우코우-! 싫어!”
“에-, 말고. 싫어도 안 돼. 여기서 해야 할 대답은?”
“네-!!! 잖아? 맞지?”
“…아아, 젠장! 귀엽다고!”
이런 말 저런 말을 중얼거리며 모자를 깊게 누른 별실의 주인이 자리를 뜨고, 남은 자리에는 손님 두 명만이 망연히 서 있는 꼴이 되었다.
“저기, 키노시타.”
“응?”
“오늘따라 쿄우코우가 이상하지 않아-? 왠지 목소리도 낮고, 키도 좀 더 커진 것 같고!”
“남자가 된 거 아냐?”
“……? 무슨 소리야?”
“저번에 나도 저런 장난을 보고 놀랐었거든. 아마 네가 언제쯤 알아차리는지 시험하려던 거 아니었을까?”
“아아아-! 그렇구나! 고마워!”
키노시타가 말리기도 전에 괴력에 걸맞은 속도로 뛰쳐나간 히라하라를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쿄우코우 뿐일 것이다.
연애 실태를 목격한 특무실의 옥졸들이라면 누구나 이 상황을 보고 예측할 수 있다. 분명 히라하라는 쿄우코우의 뒷덜미를 잡아챌 테고, 쿄우코우는 멋대로 따라온 히라하라에게 소리를 지를 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못 이기는 척 놔두겠지. 결국 상사의 심부름을 맡게 될 옥졸이 한 명 늘어난 것이다.
“…아, 술 마시고 싶다.”
마지막으로 남은 키노시타는 두 사람의 행운을 빌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별실의 문을 굳게 닫아주고 자리를 떠나주었다. 연인이 돌아오기까지 그 흔적과 온기를 품고 있을 어지럽혀진 보금자리를 위하여.